이 글의 도입 상황과 뒤의 재구성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사안을 일반화한 가상의 상황이며, 특정 사건이나 의뢰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합니다.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관계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 시점에 그 부부의 혼인이 어떤 상태였는지, 그리고 배우자 사이에서 이미 무엇이 정리되었는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27일 같은 날 이 문제를 다룬 여러 건의 판결을 선고했고, 2026년 1월에는 청구권의 성질과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아래에서는 이 판결들이 정리한 기준을 조문과 함께 살펴봅니다.
핵심 요약
-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입니다(민법 제751조·제826조).
- 다만 부정행위 당시 이미 부부공동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있었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고, 그 파탄을 주장하는 제3자가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13511 판결).
- 배우자와 제3자의 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이므로, 배우자가 이미 지급한 손해배상금의 변제 효과는 제3자에게도 미칩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
- 혼인 파탄에 관한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여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기각되면, 제3자에게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6678 판결).
-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는 다류 가사소송사건이고, 단기소멸시효는 혼인이 해소된 때부터 3년입니다(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5므10716 판결, 민법 제766조 제1항).
1. 출발점 — 왜 제3자가 배상 책임을 지는가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에게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지웁니다. 대법원은 이 의무의 내용으로 부부가 서로에게 성적(性的) 성실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하면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를 진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나아가 제3자 역시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그 파탄을 초래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09헌바17 등 결정으로 간통죄(형법 제241조)가 위헌으로 선언된 뒤에도 이 민사상 책임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위 결정 자체가 부부간 정조의무의 보호는 재판상 이혼 청구와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 제도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형사처벌의 문제와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는 근거와 요건이 다릅니다.
2. 예외 — 이미 파탄된 혼인에는 침해할 공동생활이 없습니다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은 중요한 예외를 세웠습니다.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장기간 별거 등의 사유로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침해할 부부공동생활 자체가 남아 있지 않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수의견은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 법리가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예외는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그때 이미 끝난 관계였다”는 주장은 누가 증명해야 하는가는 오랫동안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13511 판결이 이 점을 정면으로 정리했습니다. 부정행위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민사소송법 제288조 참조).
| 쟁점 | 주장·증명의 부담 | 근거 |
|---|---|---|
| 부정행위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 | 청구하는 배우자 | 민법 제751조·제826조 |
| 행위 당시 혼인이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는 사정 | 이를 주장하는 제3자 |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13511 판결 |
| 배우자가 이미 지급한 금원이 있다는 사정 | 이를 원용하는 제3자 |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 |
별거의 기간, 그 별거가 어느 쪽의 사정에 의한 것인지, 그 사이 부부가 어떤 연락과 교류를 유지했는지 같은 사정들은 이 판단에 모두 관련됩니다. 다만 어떤 사실이 어느 정도의 무게로 평가되는지는 사안마다 다르고, 같은 별거라도 결론이 갈립니다.
3. 배우자가 이미 지급했다면 — 부진정연대와 변제의 효과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제3자가 지는 책임은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습니다(민법 제760조). 부진정연대채무자 사이에서 변제와 같이 채권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사유는 채무자 전원에 대하여 절대적 효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면, 그 변제의 효과는 제3자에게도 미칩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 같은 날 선고된 2023므13723 판결도 이 부분에 관하여 같은 취지입니다).
현실에서는 이혼 과정에서 오간 돈이 위자료·재산분할금·양육비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어, 그중 위자료가 얼마인지 구분·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법원이 배우자가 위자료의 일부로 금원을 지급한 사정을 제3자의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부 사이의 정산이 제3자에 대한 청구와 무관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4. 배우자에 대한 청구가 기각되면 — 제3자의 책임도 함께 사라집니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6678 판결은 또 다른 축을 정리했습니다.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의 부정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를 청구했는데, 법원이 혼인 파탄에 관한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때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의 근거는 개별적 유책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에 이르렀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의 손해배상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그 부정행위에 가공한 제3자에게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본소·반소로 서로 위자료를 청구했다가 양쪽 모두 기각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5. 두 갈래의 청구 — 그리고 시효가 흐르기 시작하는 시점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5므10716 판결은 이 유형의 청구가 성질이 다른 두 갈래로 나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 구분 |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 | 이혼과 무관한 개별 부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
|---|---|---|
| 사건의 성질 | 다류 가사소송사건(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다목 2)) | 통상의 민사사건 |
| 손해의 확정·평가 시점 | 최종적 이혼 시 | 개별 불법행위를 기준으로 판단 |
| 단기소멸시효 기산점 | 혼인이 해소된 때부터 3년 |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민법 제766조 제1항) |
대법원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에 관하여, 이혼의 원인이 되는 개별적 유책행위의 발생부터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경과가 전체로서 하나의 불법행위로 파악되어 최종적 이혼 시점에 손해가 확정·평가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인 배우자는 혼인이 해소된 때에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때부터 3년이 지나야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소멸시효 법리 자체는 종전 판례에서 이어져 온 것이고(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므143 판결 등), 위 판결은 이를 부정행위 제3자에 대한 청구에까지 적용한 사안입니다. 어느 갈래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의 의사,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협의이혼의 성립이나 재판상 이혼청구 여부, 그 소송의 경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두 갈래는 관할 법원과 절차가 달라지는 문제이므로, 청구를 구성하기 전에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가 필요합니다.
6. 판결이 갈리는 자리 — 재구성 사례
위 법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여러 사안의 구조를 일반화한 가상의 상황을 놓고 보겠습니다.
부부는 4년 가까이 따로 살고 있었습니다. 주소도 분리되어 있었고, 명절에도 왕래가 없었습니다. 그 무렵 배우자 일방이 다른 사람과 교제를 시작했고, 얼마 뒤 상대방 배우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교제 상대에게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피고가 된 교제 상대는 “이미 끝난 혼인이었다”고 다툽니다. 그런데 그 주장의 증명 부담은 피고에게 있습니다. 별거 기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별거 중에도 생활비가 오갔거나, 자녀 문제로 정기적인 연락이 있었거나, 부부 중 한쪽이 관계 회복을 시도한 정황이 남아 있다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라는 평가는 흔들립니다. 반대로 각자 별개의 생활을 구축했고 부부로서의 교류가 사실상 끊겨 있었다는 사정이 자료로 남아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 겹이 더해집니다. 만약 부부 사이에서 이미 이혼이 성립하면서 위자료를 포함한 금원이 지급되었다면, 그 변제의 효과는 피고에게도 미칩니다. 지급된 금액에 재산분할금이나 양육비가 섞여 있어 위자료 부분을 특정하기 어렵더라도, 법원은 그 사정을 피고의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다고 평가되어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한 피고의 책임도 함께 부정됩니다.
같은 사실관계처럼 보여도 결론이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투어지는 것은 관계의 존재가 아니라, 그 시점의 혼인 상태와 부부 사이에서 이미 이루어진 정산입니다.
7. 소송으로 얻는 것과 얻지 못하는 것
이 유형의 소송은 감정의 회복까지 담보해 주지 않습니다. 인정되는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고, 배우자와의 관계나 가정의 상태를 되돌리는 절차가 아닙니다. 심리 과정에서 사생활에 관한 사정들이 서면과 법정에서 반복해 다루어지는 부담도 따릅니다. 판결이 확정되어도 상대방이 자력이 없으면 실제 회수까지는 별도의 집행 절차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편 소송을 당한 쪽에서는, 위자료 청구가 관계의 정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법원이 파탄 여부와 쌍방의 책임 정도를 실질적으로 심리하고, 2024년과 2026년의 판결들이 증명책임과 청구권의 성질을 명확히 한 것은 이러한 문제를 제도 안에서 조정해 온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청구하는 쪽이든 청구를 받은 쪽이든,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같습니다. 이 청구가 어느 갈래에 속하는지, 그 시점의 혼인 상태를 어떻게 평가할 자료가 있는지, 배우자 사이에서 이미 무엇이 정리되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 하나만 떼어 판단하기 어렵고, 소장이 접수된 뒤에는 답변 기한이 함께 흐릅니다.
상간 소송, 청구하실 상황이든 소장을 받으신 상황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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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의 직접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의 이혼 청구는 부정행위 증거 없이 이혼이 가능할까 글에서, 이혼 자체의 절차는 협의이혼 절차 완전 가이드에서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과의 관계는 특유재산이 분할에 포함되는 기준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우자의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반드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합니다(민법 제751조·제826조,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부정행위 당시 이미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Q. “이미 별거 중이어서 끝난 관계였다”는 주장은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13511 판결은, 부정행위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별거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파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별거의 경위와 그 기간 중의 교류 등이 함께 평가됩니다.
Q. 배우자에게 이미 위자료를 받았는데 상대방에게 또 청구할 수 있나요?
배우자와 제3자의 책임은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으므로(민법 제760조), 배우자가 지급한 손해배상금의 변제 효과는 제3자에게도 미칩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 지급된 금원에 재산분할금이나 양육비가 섞여 있어 위자료 부분을 구분·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그 사정을 제3자의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 때 참작할 수 있습니다.
Q.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가 기각되면 상대방에 대한 청구는 어떻게 되나요?
법원이 혼인 파탄에 관한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다고 판단하여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 상대방 배우자에게는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의 손해배상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그 부정행위에 가공한 제3자에게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6678 판결). 본소·반소 위자료 청구가 모두 기각된 경우에도 같습니다.
Q.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언제까지인가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민법 제766조). 다만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에 관하여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5므10716 판결은, 개별적 유책행위부터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경과가 전체로서 불법행위로 파악되어 최종적 이혼 시점에 손해가 확정·평가되며, 피해자는 혼인이 해소된 때에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때부터 3년이 지나야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가 다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하고, 이혼과 무관한 개별 부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통상의 민사사건에 속한다고 밝혔습니다.
본 글은 부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의견이 아닙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작성일 기준이며 이후 개정·변경될 수 있고, 사건의 결과는 개별 사정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의뢰인의 개인정보는 변호사법 제26조에 따라 보호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