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대법원 판결의 사안을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인물과 세부 사정을 각색해 재구성한 사례 이야기입니다.

“그 땅은 이미 팔았잖아. 지금 값이랑 무슨 상관이야?”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삼 남매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둘째와 막내는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고향 땅을 큰형에게 증여했다는 것, 그리고 큰형이 그 땅을 이미 몇 해 전에 팔았다는 것을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큰형이 땅을 판 뒤, 그 일대에 개발사업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크게 뛰었습니다. 둘째와 막내가 유류분을 돌려달라고 하자, 양쪽의 계산이 전혀 달랐습니다.

동생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의 시가로 계산해야 한다. 지금 그 땅은 몇 배가 됐다.” 큰형의 답은 정반대였습니다. “나는 개발되기 전에 팔았다. 내 손에 들어온 건 그때 판 값이 전부인데, 왜 내가 받지도 못한 시세차익까지 물어내야 하나.”

한쪽은 “돌아가신 날의 가격”, 다른 쪽은 “판 날의 가격”. 이 차이 하나로 돌려줘야 할 금액이 수억 원 단위로 갈렸습니다.

대법원의 답 — “판 날의 가격”에 물가변동률을 반영한다

대법원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증여받은 재산을 수증자가 상속이 시작되기 전에 처분했거나 수용당한 경우, 유류분 계산의 기준은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가 아니라 “처분 당시의 가액”에 그때부터 상속개시까지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한 금액이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9다222867 판결).

이유의 핵심은 공평입니다. 땅을 판 뒤의 가격 등락은 판 사람도, 다른 상속인도 어찌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입니다. 팔고 난 뒤 값이 오르면 그 이익을 누리지도 못한 수증자가 물어내고, 값이 내리면 그 손해를 유류분을 청구하는 쪽이 떠안는다면, 상속인 사이의 형평을 위해 만들어진 유류분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 이야기에서 동생들의 기대와 달리, 큰형이 돌려줄 금액은 “지금 시세”가 아니라 “판 시점의 값 + 물가 반영”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반대로 만약 큰형이 땅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다면, 기준은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가 됩니다. 같은 증여라도, 팔았는지 갖고 있는지에 따라 계산의 출발점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 판결이 말해주는 것 — 유류분 분쟁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에서 갈린다

유류분 사건의 당사자들은 보통 “받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대부분 “얼마를 기준으로 하는지”입니다. 증여재산을 언제 평가하는지, 어떤 재산까지 산정에 넣는지, 증여가 언제 있었는지, 기여분과 어떻게 부딪히는지, 소멸시효가 지나지는 않았는지 — 쟁점 하나하나가 금액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움직입니다.

게다가 유류분 제도 자체가 지금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형제자매의 유류분이 사라지는 등 제도의 큰 틀이 바뀌었고, 후속 법 개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의 상식으로 판단하면 출발부터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증여받은 쪽이든, 받지 못한 쪽이든,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정확한 계산의 기준점부터 확인하는 것이 분쟁을 키우지 않는 길입니다. 양쪽 모두 “내가 생각한 금액”과 “법원이 계산할 금액”의 차이를 알고 나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핵심 정리 (Key Takeaways)

  • 증여받은 재산이 상속 전에 처분·수용됐다면, 유류분 계산은 처분 당시 가액 + 물가변동률 기준 (위 대법원 판결).
  • 수증자가 재산을 계속 보유 중이라면 상속개시 당시 시가 기준 — 처분 여부로 결과가 크게 달라짐.
  • 유류분 제도는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큰 변화 중 — 과거 기준으로 판단하면 위험.
  • 분쟁의 승부처는 “받을 수 있는지”보다 “무엇을, 언제 가격으로 계산하는지”.

자주 묻는 질문

Q. 아버지가 생전에 형에게만 재산을 증여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받나요?

아닙니다. 일정 범위의 상속인에게는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몫(유류분)이 있습니다. 다만 누가, 얼마나, 어떤 재산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지는 증여 시점·재산의 형태·처분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증여받은 부동산을 이미 팔았는데, 지금 시세대로 유류분을 물어줘야 하나요?

상속이 시작되기 전에 처분한 경우라면, 대법원은 처분 당시 가액에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계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분 후의 시세 상승분까지 물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처분 시점과 경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유류분 청구에 기한이 있나요?

네, 짧은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증여 사실과 상속 개시를 안 때로부터 단기간 내에 행사해야 하므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시간을 두지 말고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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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 사법연수원 수료 · 2017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인 · 2014년 개업 이래 민사·형사·가사 등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 수행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