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법원 결정의 사안을 바탕으로, 등장인물과 세부 사정을 각색해 재구성한 사례 이야기입니다. 특정 사건이나 의뢰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치매가 깊어지자, 세 남매는 성년후견을 신청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누가 후견인이 될 것인가”에 이르자 의견이 갈렸습니다. 큰아들은 자신이 재산을 관리하겠다고 했고, 멀리 사는 막내는 “형이 맡으면 재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결국 세 남매는 서로를 믿지 못한 채 각자 자신을 후견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성년후견인은 청구한 사람이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합니다(민법 제936조 제1항). 그래서 가족이 후견인 자리를 두고 다투면,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후견인을 고르는지가 사건의 향방을 가릅니다. 성년후견인 선임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정작 보호받아야 할 본인의 이익을 지키는 출발점입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후견인을 정하는가

민법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때 고려해야 할 사정을 정해 두고 있습니다(민법 제936조 제4항). 가장 먼저 존중되는 것은 본인(피성년후견인)의 의사입니다. 본인이 특정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원하거나 반대하는 뜻이 있다면 이를 우선 고려합니다. 그 밖에 본인의 건강과 생활관계, 재산의 규모와 성격, 후견인이 될 사람의 직업과 경험, 그리고 후견인이 될 사람과 본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지는 않는지를 함께 살핍니다.

여기서 핵심은, 법원이 ‘누가 더 권리가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본인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가’를 본다는 점입니다. 성년후견 절차는 당사자의 주장에 얽매이지 않고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본인의 복리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사건입니다. 실제로 대법원도 한정후견을 청구한 사건에서 성년후견을 개시하거나 그 반대로 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 어느 쪽이 본인에게 더 적절한 보호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1. 6. 10.자 2020스596 결정). 후견의 ‘유형’을 정할 때든 ‘후견인’을 정할 때든, 판단의 중심에는 늘 본인의 이익이 놓여 있는 것입니다.

가족이 다툴 때 — 법원이 ‘제3자’를 선택하기도 하는 이유

가족 사이의 불신이 깊을 때, 법원은 어느 한쪽 가족을 후견인으로 세우는 대신 중립적인 제3자를 선임하기도 합니다. 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정신적 제약으로 금전 관리에 도움이 필요해진 사람에 대해 한정후견이 청구됐고, 누가 후견인이 될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습니다. 1심 법원은 가족 중 누구도 아닌 사회복지법인을 후견인으로 선임하고, 일정 범위의 법률행위에 대해 동의권을 부여했습니다. 본인이 이에 불복해 다투었지만, 항고심인 서울가정법원 2018. 1. 17.자 2017브30016 결정은 후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본인의 복리를 위하여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후견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회복지법인을 후견인으로 선임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결정은 후견인의 권한을 무한정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한정후견에서는 법원이 동의를 받도록 따로 정한 행위에 대해서만 본인의 행위능력이 제한되고, 그 밖의 행위는 본인이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후견인에게 그 범위를 넘는 대리권까지 주면 본인의 능력을 불필요하게 한 번 더 제한하게 되어, 후견제도의 이념인 ‘잔존능력의 존중’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후견인의 대리권 범위를 동의권 범위에 맞추어 조정했습니다. 후견인을 정하는 일이 단순히 ‘누구에게 맡길지’를 넘어, 그 사람에게 어떤 권한을 어디까지 줄지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임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위 결정은 한정후견 사안이지만,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때에도 같은 고려 사정이 준용됩니다(민법 제959조의3 제2항, 제936조). 즉 성년후견에서도 가족 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면, 법원은 누구의 편을 드는 대신 본인의 이익을 중립적으로 지킬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을 후견인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후견인이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 — 복수 후견인·법인 후견인·결격사유

많은 분들이 “후견인은 당연히 가까운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은 그보다 폭넓은 선택지를 두고 있습니다. 성년후견인은 본인의 신상과 재산 등 사정을 고려해 여러 명을 둘 수 있고, 변호사나 사회복지법인 같은 법인도 후견인이 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930조 제2항·제3항). 재산 관리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에게, 신상 보호는 가까이서 돌볼 수 있는 가족에게 나누어 맡기는 식의 설계가 가능한 것입니다.

반대로, 후견인이 될 수 없는 사람도 정해져 있습니다(민법 제937조).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등 제한능력자, 회생절차개시결정 또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 행방이 불분명한 사람 등은 후견인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본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은 법정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그 밖에 본인과의 이해관계 충돌이나 가족 간 분쟁은 곧바로 결격사유가 되지는 않더라도, 법원이 후견인의 적합성을 판단할 때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 법원이 후견인을 정할 때 보는 것

구분 법원이 고려하는 내용 근거
본인의 의사 본인이 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의 뜻을 우선 존중 민법 제936조 제4항
본인의 상황 건강, 생활관계, 재산의 규모와 성격 민법 제936조 제4항
후견인이 될 사람 직업·경험, 본인과의 이해관계 충돌 여부 민법 제936조 제4항
후견인의 수·자격 여러 명도 가능, 변호사·사회복지법인 등 법인도 가능 민법 제930조 제2항·제3항
결격사유 미성년자, 해임된 후견인, 본인과 소송 중인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 등 민법 제937조

※ 위 표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개괄이며, 실제 적용은 후견 유형과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사건이 의뢰인에게 의미하는 것

후견인 선임은 가족 중 한 사람을 ‘승자’로 정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법원의 시선은 오직 한 곳, 판단 능력이 약해진 본인을 누가 가장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서로를 의심하며 다툴수록, 역설적으로 가족 누구도 아닌 중립적인 전문가나 기관이 후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자신이 후견인이 되기를 바라는 가족이라면, ‘내가 왜 그 자격이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본인의 이익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지킬 수 있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다른 가족이 후견인이 되는 것이 걱정되는 분이라면, 막연한 불신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이해충돌이 있는지, 본인의 재산과 신상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또한 후견인을 한 명으로 정할지 여러 명으로 나눌지, 전문가 후견인을 함께 둘지, 후견인의 권한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계할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런 판단은 한 번 정해지면 본인의 생활 전반에 오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견 실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사전 검토가 시간과 비용, 그리고 가족 관계의 회복 가능성까지 좌우합니다.

핵심 요약 (Key Takeaways)

· 성년후견인은 청구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며, 본인의 의사와 복리를 중심으로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민법 제936조).

· 법원은 본인의 의사, 생활·재산 상황, 후견인이 될 사람의 경험과 이해관계 충돌 여부 등을 고려합니다(제936조 제4항).

· 가족 간 다툼이 깊으면 법원은 중립적인 전문가·법인을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서울가정법원 2017브30016 결정).

· 후견인은 여러 명·법인도 가능하지만, 본인과 소송 중인 사람 등은 결격사유로 후견인이 될 수 없습니다(제930조·제937조).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성년후견을 신청하면 신청한 가족이 당연히 후견인이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년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합니다(민법 제936조 제1항). 법원은 신청인이 누구인지보다 본인의 의사와 복리, 후견인이 될 사람과 본인 사이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해 가장 적합한 사람을 정합니다. 가족이 후견인 자리를 두고 다투는 경우에는 가족이 아닌 중립적인 전문가나 법인이 선임되기도 합니다.

Q. 변호사나 법인을 성년후견인으로 세울 수도 있나요?

가능합니다. 성년후견인은 여러 명을 둘 수 있고, 사회복지법인이나 변호사 등 법인·전문가도 후견인이 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930조 제2항·제3항).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를 나누어 맡기거나, 가족과 전문가를 함께 선임하는 설계도 사안에 따라 가능합니다. 어떤 구성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지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성년후견인 선임을 두고 가족 간 의견이 갈리시나요?

누가 후견인이 되어야 하는지, 전문가·법인 후견인을 둘지, 권한 범위를 어떻게 설계할지는 사안마다 쟁점이 다릅니다.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인 실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사정을 듣고 방향을 안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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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을 처음 신청하는 단계라면 성년후견 신청 절차 — 후견 유형 선택부터 후견인 선임까지 글을, 후견인이 선임된 뒤의 재산 처분과 후견인 변경은 성년후견인의 재산 처분과 법원 허가 글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가족법 전반은 가족법 안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해법률사무소 김평호 변호사 (Pyoung-ho Kim)
한국 변호사,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3기 수료.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인 선임 경력. 2021년 우수변호사상 수상.
2014년 이래 민사·형사·가사 등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의 사건 담당.

본 글은 성년후견 제도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의견이 아닙니다. 후견 사건의 결과는 개별 사정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