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대법원 결정의 사안을 바탕으로, 등장인물과 세부 사정을 각색해 재구성한 사례 이야기입니다. 특정 사건이나 의뢰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뇌출혈로 의사 표현이 어려워진 가족을 위해 성년후견이 시작됐습니다. 형이 후견인이 되어 동생의 재산과 치료를 돌보기로 했지요. 그런데 후견이 개시되자마자, 동생의 성인 자녀가 “큰아버지가 아버지 재산을 마음대로 한다”며 후견인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는 청구를 법원에 냈습니다. 후견인이 된 형은 억울했습니다. 재산을 빼돌린 적이 없는데, 가족 사이 갈등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후견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걸까요?

성년후견은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때부터 본격적인 책임이 시작됩니다. 특히 성년후견인 재산 처분은 후견인이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 많아, 어디까지가 후견인의 권한이고 어디서부터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가족 간 분쟁을 막는 출발점입니다.

후견인이 되어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재산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재산을 관리하고 신상을 보호합니다(민법 제938조·제947조). 다만 ‘대리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이든 단독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은 피후견인의 재산이 함부로 줄어들지 않도록 몇 가지 중요한 행위에 제동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주용 부동산입니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이 살고 있는 건물이나 그 대지를 팔거나, 임대하거나, 전세권·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임대차를 해지하는 등의 행위를 하려면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민법 제947조의2 제5항). 후견감독인이 선임돼 있는지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강행 규정입니다. 사는 집은 피후견인의 생활 기반이기 때문에, 그 처분만큼은 법원이 직접 들여다보도록 한 것이지요.

그 밖에 영업, 금전을 빌리는 행위, 부동산이나 중요한 재산에 관한 권리를 잃거나 바꾸는 행위, 소송행위 등은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그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민법 제950조). 동의 없이 한 행위는 피후견인이나 후견감독인이 취소할 수 있습니다.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이해가 충돌하는 행위(예: 후견인 자신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사들이는 경우)에는 별도로 특별대리인을 두어야 합니다(민법 제949조의3).

법원은 후견인을 ‘감독’한다 — 처분명령과 권한 제한

후견은 법원의 지속적인 감독 아래 놓입니다.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재산 상황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고, 후견인에게 재산관리 등 후견사무 수행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954조). 실제로 가족 사이에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는, 법원이 후견인을 그대로 둔 채 “부동산 등 중요재산의 처분이나 금전 차용은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으라”는 식으로 대리권의 범위를 제한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합니다(민법 제938조). 후견인을 바꾸지 않고도 피후견인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법원의 허가, 후견감독인의 동의, 후견사무 처분명령은 서로 근거와 절차가 다릅니다. 거주 부동산 처분은 민법 제947조의2에 따른 허가 문제이고, 중요 재산 거래는 민법 제950조의 동의 또는 동의갈음허가 문제이며, 법원이 후견사무 감독상 필요한 처분을 명하는 경우는 민법 제954조 문제입니다. 따라서 다툼이 예상되는 재산 처분은 어느 절차가 필요한지 먼저 구분해 신청해야 합니다.

“가족 갈등이 있으니 후견인을 바꿔라” — 법원의 답은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자녀가 “큰아버지가 부적절하다”며 낸 후견인 변경 청구를 두고, 1심은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부동산 처분·금전 차용은 법원 허가를 받도록 명했습니다. 반면 항소심은 가족 갈등이 계속되면 피후견인에게 손해가 생길 수 있다며 제3의 기관으로 후견인을 바꾸는 것이 낫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1. 2. 4.자 2020스647 결정은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후견인 변경 사유인 ‘피성년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란 후견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당하지 않고 그로 인해 피후견인의 복리에 영향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후견인이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가족 사이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변경 사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갈등이 피후견인의 복리에 해가 되며 후견인을 바꾸면 갈등이 풀려 복리가 나아진다는 구체적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후견인 변경은 사실상 기존 후견인의 해임이어서, 후견인 선임에 반대하는 사람이 불복 절차를 대신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후견인의 임무에는 재산관리뿐 아니라 신상보호도 포함되므로, 두 측면을 모두 살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위 결정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후견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손쉽게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임무 수행에 구체적인 문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후견인을 바꾸지 않더라도 법원이 권한을 제한하거나 처분을 감독하는 방법으로 피후견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 줍니다.

한눈에 보는 — 후견인이 단독으로 할 수 없는 행위

행위 추가로 필요한 절차 근거
피후견인이 거주하는 건물·대지의 매도·임대·담보 설정·임대차 해지 등 가정법원 허가 (후견감독인 유무와 무관하게 필수) 민법 제947조의2 제5항
영업, 금전 차용, 부동산·중요재산 권리의 득실변경, 소송행위 등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그 동의 (동의 없는 행위는 취소 가능) 민법 제950조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이해가 충돌하는 행위 특별대리인 선임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그가 대리) 민법 제949조의3
후견사무에 부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이 권한 범위를 제한하거나 후견인을 변경 민법 제938조·제940조·제954조

※ 위 표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개괄이며, 실제 적용은 후견 유형과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결정이 의뢰인에게 의미하는 것

후견은 본래 판단 능력이 약해진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정작 재산이 관련되면 가족 사이의 신뢰가 가장 먼저 흔들립니다. 후견인이 된 사람은 “내가 잘 돌보고 있는데 왜 의심받느냐”고 느끼고, 다른 가족은 “재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고 불안해합니다. 위 결정은 그 양쪽 모두에게 시사점을 줍니다.

후견인 입장에서는, 거주 부동산 처분이나 중요재산 거래처럼 분쟁이 생기기 쉬운 행위일수록 필요한 허가·동의·감독 절차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길입니다. 다른 가족 입장에서는, 단지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로 후견인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후견인의 권한을 제한하거나 법원의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법원의 감독 틀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과정은 단순한 서류 제출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행위에 어떤 허가가 필요한지, 무엇을 소명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설계해 두지 않으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고, 처분이 늦어지는 사이 재산 가치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핵심 요약 (Key Takeaways)

· 후견인으로 선임됐어도 피후견인의 거주용 부동산을 처분하려면 가정법원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민법 제947조의2 제5항).

· 영업·금전 차용·중요재산 처분 등은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그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 없는 행위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제950조).

· 가족 사이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후견인을 바꿀 수 없고, 임무 수행에 구체적인 부적당함이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20스647 결정).

· 법원은 후견인을 바꾸지 않고도 권한을 제한하거나 처분을 감독하는 방법으로 피후견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제938조·제954조).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집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피후견인이 거주하는 건물이나 그 대지를 매도·임대·담보 설정하는 등의 행위는 후견감독인 유무와 관계없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민법 제947조의2 제5항). 허가 없이 한 처분은 효력에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처분 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어떤 자료로 처분의 필요성과 적정성을 소명할지는 사안마다 달라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Q. 후견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가족으로 바꿀 수 있나요?

가족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후견인을 변경하기 어렵습니다. 위 대법원 2020스647 결정은, 후견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임무 수행에 적당하지 않고 그로 인해 피후견인의 복리에 영향이 있는 등 구체적 사정이 인정되어야 변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변경이 어려운 경우에도 후견인의 권한을 제한하거나 법원의 감독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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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법률사무소 김평호 변호사 (Pyoung-ho Kim)
한국 변호사,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3기 수료.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인 선임 경력. 2021년 우수변호사상 수상.
2014년 이래 민사·형사·가사 등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의 사건 담당.

본 글은 성년후견 제도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의견이 아닙니다. 후견 사건의 결과는 개별 사정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