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대법원 결정의 사안을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인물과 세부 사정을 각색해 재구성한 사례 이야기입니다. 특정 사건이나 의뢰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내가 아버지를 그렇게 모셨는데, 왜 똑같이 나누죠?”

아버지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신 뒤, 형제들이 상속을 정리하려고 모였습니다. 그런데 막내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신 몇 해 동안, 직장을 줄여 가며 곁에서 병간호를 하고 생활비까지 보탠 사람은 자기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명절에 얼굴만 비쳤잖아. 그런데 상속은 똑같이 4분의 1씩? 그건 아니지.” 막내딸은 자신의 헌신을 ‘기여분’으로 인정받아 다른 형제보다 더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다른 형제들은 “자식이 부모 모시는 건 당연한 도리인데, 그걸로 상속을 더 달라는 건 지나치다”고 맞섰습니다.

부양과 간병을 둘러싼 이런 다툼은 상속 분쟁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감정적으로 벌어지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오래 모셨다’는 사실만으로 상속분을 더 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여기에 분명한 선을 그어 두었습니다.

기여분이란 — 상속분을 ‘수정’하는 장치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 때, 그 몫을 먼저 떼어 주고 나머지를 나누도록 하는 제도입니다(민법 제1008조의2). 법정상속분을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불공평한 결과가 되는 경우를 바로잡기 위한 ‘조정 장치’인 셈입니다.

핵심은 ‘특별히’라는 세 글자에 있습니다. 통상적인 수준의 부양이나 왕래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 인정됩니다. 그래서 상속에서 자신의 기여를 반영받고 싶은 쪽과,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쪽 사이의 다툼은 결국 “이 정도면 ‘특별한’ 기여인가”라는 평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대법원의 답 — “오래 간병했다”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입니다. 재혼한 남편을 오랜 기간 곁에서 간호한 배우자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전혼 자녀들과의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자신의 간병을 기여분으로 인정해 달라고 청구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기여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부부 사이에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이미 있으므로, 그 통상의 부양의무를 넘어서는 ‘특별한 부양’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만큼 실질적 공평이 필요한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사건에서는 간호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통상의 부부 부양을 넘는 정도로 보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여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19. 11. 21.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이 결정에서는 대법관들의 의견도 갈렸습니다. “배우자의 장기 간병은 원칙적으로 특별한 부양으로 보아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최고 법원 안에서도 판단이 나뉘었다는 사실은, 기여분의 인정 여부가 그만큼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크게 좌우되는 예민한 문제임을 잘 보여 줍니다.

자녀의 부양·간병도 마찬가지 기준

앞의 막내딸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 역시, 그 자체로는 자녀로서 통상 기대되는 범위 안의 일로 볼 여지가 큽니다. 기여분으로 인정받으려면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오랜 기간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졌는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간병을 전담했는지, 그 부담이 다른 형제들과 비교해 현저히 컸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요소들이 정해진 점수표처럼 기계적으로 계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간병 3년’이라도 그 내용과 정도, 다른 상속인들의 사정, 상속재산의 규모, 생전에 받은 증여(특별수익)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은 얼마든지 달라집니다. 아래는 법원이 기여분을 판단할 때 함께 살피는 대표적인 사정들입니다.

법원이 함께 보는 사정 무엇을 살피나
부양·간병의 시기·방법·정도 얼마나 오래,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수했는지
비용 부담의 주체 간병·생활비를 실제로 누가 감당했는지
상속재산의 규모 전체 재산 대비 기여를 어떻게 형량할지
생전 증여(특별수익) 기여를 주장하는 사람이 이미 받은 것이 있는지
다른 상속인의 수와 법정상속분 상속분을 조정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공평한지

이렇게 여러 사정을 저울에 함께 올려, 상속분을 조정하는 것이 오히려 공평한지를 가려서 기여분의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정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기여를 뒷받침할 사정을 어떻게 세우고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기여분은 어디서, 어떻게 정해지나

기여분은 먼저 상속인들의 협의로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 기여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이 기여의 시기·방법·정도와 상속재산의 액수 등을 참작해 정합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2항). 이 청구는 상속재산분할 청구가 있을 때 함께 다루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때 법원이 정하는 것은 단순한 법정상속분이 아니라 ‘구체적 상속분’입니다. 구체적 상속분이란 상속인 일부가 받은 생전 증여(특별수익)와 기여분을 참작해 법정상속분을 수정한, 각 상속인의 실제 몫을 말합니다. 대법원도 최근 결정에서 구체적 상속분을 이렇게 정의하며 그 산정의 기준 시점은 상속개시 시라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25. 3. 24.자 2024스866 결정). 즉 기여분 다툼은 특별수익 다툼과 맞물려, ‘누가 얼마를 실제로 받느냐’라는 하나의 계산 안에서 함께 결정됩니다.

기여분은 상속에서 나오는 여러 조정 장치 중 하나일 뿐입니다. 배제된 최소한의 몫을 되찾는 유류분, 협의가 깨졌을 때의 상속재산분할 심판과 함께 살펴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세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무엇을 조정하나 근거
기여분 특별히 부양·기여한 상속인의 몫을 인정 민법 제1008조의2
특별수익 생전 증여·유증을 받은 상속인의 몫을 인정 민법 제1008조
유류분 상속에서 배제된 상속인의 최소한의 몫을 보장 민법 제1112조 이하

핵심 정리 (Key Takeaways)

  • 기여분은 ‘오래 모셨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통상의 부양을 넘는 ‘특별한 부양·기여’여야 합니다.
  • 대법원은 배우자의 장기 간병조차 통상의 부부 부양을 넘지 않으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2014스44 전원합의체) — 대법관들 의견도 갈릴 만큼 예민한 문제입니다.
  • 부양의 시기·정도, 비용 부담, 상속재산 규모, 특별수익, 다른 상속인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형량해 정합니다. 정해진 점수표는 없습니다.
  • 기여분은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안 되면 상속재산분할과 함께 가정법원이 정합니다. 특별수익·유류분 쟁점과 맞물려 ‘구체적 상속분’ 계산 안에서 함께 결정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을 오래 모셨는데, 다른 형제보다 상속을 더 받을 수 있나요?

기여분이 인정되면 가능합니다. 다만 부모를 부양·간병한 사실만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녀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서는 ‘특별한 부양·기여’였는지가 관건입니다. 부양의 기간과 정도, 비용 부담, 다른 형제들과의 형평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배우자가 오랜 기간 간병하면 기여분이 당연히 인정되나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배우자의 장기 동거·간호를 기여분 인정의 한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부부간 통상의 부양의무를 넘어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특별한 부양’인지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2014스44 전원합의체). 간병 사실만으로 자동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Q. 기여분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먼저 상속인들의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기여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해 상속재산분할과 함께 정합니다. 법원은 기여의 시기·방법·정도와 상속재산의 액수 등을 참작합니다(민법 제1008조의2). 이때 특별수익·유류분 쟁점과 함께 ‘구체적 상속분’이 계산됩니다.

상속 분쟁,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확인하세요

기여분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애썼는가’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 애씀이 법이 말하는 ‘특별한 기여’에 해당하는지를 어떻게 세우느냐입니다. 같은 헌신이라도 어떤 사정을 어떻게 정리해 주장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특별수익·유류분과 얽히면 계산은 더 복잡해집니다. 게다가 가족 사이의 일이라, 다툼이 길어질수록 관계의 상처도 깊어집니다.

여해법률사무소는 상속재산분할·기여분·유류분 등 상속 분쟁과, 해외 거주 상속인이나 외국 국적 가족이 얽힌 국제상속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족 간의 일이라 더 조심스러운 사건인 만큼, 상황을 차분히 들은 뒤 현실적인 선택지를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상속에서 나의 몫이 정당하게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시다면, 늦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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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법률사무소 김평호 변호사 (Pyoung-ho Kim) · 한국 변호사,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3기 수료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 2017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인 · 2014년 개업 이래 민사·형사·가사 등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 수행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평호 변호사
김평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 사법연수원 43기 · 2021 우수변호사상 · 2014년부터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