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도입부는 공개된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를 정리한 것과, 여러 사안에서 반복되는 경과를 일반화한 가상의 상황을 섞어 재구성한 것입니다. 특정 의뢰인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다투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복되었다는 것도, 그 정도가 가볍지 않았다는 것도 기록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1심과 2심을 거쳐 돌아온 결론은 이혼 청구 기각이었습니다.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내에게도 남편의 폭력을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판단이 유지되면 남는 것은 이혼 실패만이 아닙니다. 혼인관계가 그대로 남고, 그 혼인관계에 붙어 있던 체류자격의 근거도 그대로 흔들린 상태로 남습니다. 외국인 배우자에게는 이혼 사건의 결론이 곧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는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두 절차는 법원도 다르고 근거 법령도 다르지만, 실제로는 한 줄로 이어져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그 판결이 무엇을 바로잡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왜 가정법원 밖에서까지 의미를 갖는지가 이 글의 내용입니다.

핵심 요약

  •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학대 또는 모욕을 받은 경우를 말합니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 같은 판결은 제6호에 관하여,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원고의 책임이 피고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고 보고, 아내에게 폭력을 유발한 책임이 있다며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 제척기간은 호마다 다릅니다. 제1호는 제841조, 제6호는 제842조가 각각 안 날부터 6월·사유 있은 날부터 2년을 정하고 있으나, 제3호에는 해당 규정이 없습니다.
  • 가정폭력처벌법의 응급조치(제5조)·긴급임시조치(제8조의2)·임시조치(제29조)·피해자보호명령(제55조의2)은 이혼 소송과 별개의 절차이며, 각각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제29조 제5항, 제55조의3).
  • 다만 보호명령은 무조건 발령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4. 3. 29.자 2024터2 결정은 가정폭력행위가 특정되지 않거나 그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면 피해자보호명령을 발령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중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별표 1의2 제27호 다목의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는 ‘주된 책임’을 의미하고,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증명책임은 행정청에 있으며, 행정청과 법원은 가정법원의 이혼확정판결을 존중해야 합니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두66869 판결).

‘심히 부당한 대우’는 정도의 문제입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원인 여섯 가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폭력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먼저 검토되는 것은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입니다. 제4호는 반대로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를 정합니다.

조문에 ‘폭행’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대신 심히 부당한 대우라는 평가적 표현이 쓰여 있고, 그 의미는 판례가 채워 왔습니다.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은 이를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라고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이래 유지되어 온 기준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따라 나옵니다. 하나는 폭력이 반드시 신체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학대와 모욕이 함께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도에 관한 평가가 반드시 개입합니다. 같은 사실관계가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평가될 수도 있고, 실무에서는 두 호가 함께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거 내용 청구권 소멸 규정
제840조 제1호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제841조 — 사전동의·사후용서, 안 날부터 6월, 사유 있은 날부터 2년
제840조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별도 규정 없음
제840조 제4호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별도 규정 없음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제842조 — 안 날부터 6월, 사유 있은 날부터 2년

표의 오른쪽 열이 실무에서 자주 문제됩니다. 폭력이 여러 해에 걸쳐 이어졌다가 최근에는 별거로 접어든 사안, 혹은 폭력이 있었던 시점과 소를 제기한 시점 사이에 시간이 많이 흐른 사안에서는 어느 호를 근거로 삼는지에 따라 시간이 갖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구성이 가능한 사안인지는 경위와 남아 있는 자료에 따라 갈리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파기한 논리 — ‘유발한 책임’

2020므14763 사건의 원고는 베트남 국적의 아내였고, 피고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편이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계속된 폭행 등으로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며 이혼과 위자료를 구했습니다. 원심은 청구를 배척했습니다.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내에게 남편의 폭력 행사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3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 함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

—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대법원은 남편이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그 정도도 무거우며, 혼인계속의사와 파탄 원인에 관한 책임의 유무·경중,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등을 두루 고려하면 두 사람이 폭력 행사 이전의 관계로 회복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행위는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혼인관계는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으므로 제3호 또는 제6호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했습니다.

준거법에 관한 판시도 함께 있었습니다. 피고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으므로 이혼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민법이라는 것입니다. 판결 당시 근거는 구 국제사법 제39조 단서였고, 2022. 7. 5. 시행된 전부개정 국제사법에서는 제66조 단서가 같은 내용을 정하고 있습니다. 부부 중 한쪽이 대한민국에 일상거소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이혼은 대한민국 법에 따릅니다.

다만 이 판결이 ‘폭력이 있으면 언제나 이혼이 인용된다’는 명제를 세운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파기한 것은 파탄이 인정되는 사안에서 피해자 측의 유발 책임을 근거로 청구를 배척한 판단 방식이었고, 파탄 여부와 책임의 경중은 여전히 개별 사건의 사실인정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보호 절차는 이혼 소송과 다른 트랙입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이혼과는 별개의 절차를 여러 겹으로 두고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현장에서 폭력행위의 제지, 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 현행범 체포 등 범죄수사,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의 의료기관 인도 등을 하여야 하고, 재발 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과 피해자보호명령·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합니다(제5조).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재발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여 법원의 결정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사법경찰관이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제8조의2).

법원 단계에서는 판사가 결정으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제29조 제1항). 주거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의료기관·요양소 위탁, 유치장·구치소 유치, 상담위탁이 그 내용입니다. 기간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격리·접근금지·전기통신 접근금지는 2개월, 위탁·유치·상담위탁은 1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연장하더라도 앞의 세 가지는 두 차례, 뒤의 세 가지는 한 차례까지입니다(같은 조 제5항).

이와 별도로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것이 피해자보호명령입니다(제55조의2 제1항). 격리, 접근금지, 전기통신 접근금지에 더해 친권 행사의 제한과 면접교섭권 행사의 제한까지 포함되고, 여러 개를 함께 붙일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연장하는 경우 2개월 단위로 하되 종전 처분기간을 합산하여 3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제55조의3). 확정된 보호처분이나 피해자보호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가정폭력행위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지고, 임시조치 중 격리·접근금지·전기통신 접근금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집니다(제63조 제1항·제2항).

이 절차들은 이혼·위자료·재산분할과 법원도 다르고 판단 대상도 다릅니다. 보호명령이 나왔다고 해서 이혼 청구가 자동으로 인용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보호명령이 없다고 해서 이혼 사건에서 폭력이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두 절차가 같은 시기에 나란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일정과 부담이 겹칩니다.

보호명령이 언제나 발령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도의 한계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4. 3. 29.자 2024터2 결정은 피해자보호명령의 발령 요건과 심리절차에 관하여 판단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는 피해자가 행위자와 시간적·공간적으로 밀착되어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을 때 스스로 법원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도입된 것이지만, 법이 발령 요건으로 가정폭력행위자일 것을 정하고 있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예정하고 있는 이상, 청구의 전제가 되는 가정폭력행위가 특정되지 않거나 행위자가 그러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또는 그 행위가 법에서 정한 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호명령을 발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결정은 절차에 관해서도, 행위자에게 사건의 요지를 미리 고지하거나 청구서 부본을 송달하고 보조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를 미리 고지하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한 뒤 보호명령을 발령했다면 재판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형사처벌이 뒤따르는 이상 상대방의 방어권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현실적으로 이 판시가 의미하는 바는, 보호를 받기 위해서도 결국 무슨 일이 언제 있었는지가 특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특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상황이 급박할수록 어려워집니다.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법률 상담보다 112 신고가 먼저입니다.

이혼의 결론이 체류자격 심사로 이어집니다

외국인 배우자에게는 층이 하나 더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2조 별표 1의2 제27호는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을 세 갈래로 나눕니다. 가목은 국민의 배우자, 나목은 국민과 혼인관계(사실상의 혼인관계를 포함합니다)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 또는 모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그리고 다목은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그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에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를 어떻게 읽느냐입니다. 이를 문언 그대로 전혀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로 좁게 읽으면, 외국인 배우자는 재판상 이혼이라는 정당한 권리 행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두66869 판결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면서,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국민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하여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자신에게 주된 책임이 없는 사유’, 즉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나아가 이 판결은 두 가지를 더 정리했습니다.

쟁점 대법원 2018두66869 판결의 판단
요건의 의미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 = ‘자신에게 주된 책임이 없는 사유’.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를 뜻함
증명책임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주된 귀책사유가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지 않다는 판단)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고 행정청에 있음
가정법원 판단의 지위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는 가정법원 법관들에게 가장 전문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행정청과 수소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확정판결의 판단을 존중해야 함

세 번째 항목이 이 글의 두 축을 하나로 잇습니다. 대법원은 이혼소송에서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않아 이혼확정판결의 사실인정과 책임판단에서 누락된 사정이 일부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혼확정판결의 판단 내용을 함부로 뒤집으려고 해서는 안 되며 이와 다른 내용의 판단을 하는 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가정법원의 판단과 출입국 단계의 판단은 서로 다른 절차이면서도 사실상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덧붙여 대법원은 다목 체류자격이 1회에 3년 이내의 체류기간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기간 만료 시 요건 유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실질적 심사를 거치는 자격이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영구적 체류를 허용하는 영주(F-5)나 국적을 부여하는 귀화허가와는 성질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 번의 인정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제결혼 사안에서 먼저 정리되어야 하는 것

배우자 한쪽이 외국인인 사건에서는 본안에 들어가기 전에 관할과 준거법이 먼저 정리됩니다. 국제사법 제56조 제1항은 혼인관계에 관한 사건의 특별관할을 정하면서, 부부 중 한쪽의 일상거소가 대한민국에 있고 부부의 마지막 공동 일상거소가 대한민국에 있었던 경우, 원고와 미성년 자녀 전부 또는 일부의 일상거소가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부부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일상거소를 둔 원고가 혼인관계 해소만을 목적으로 제기하는 사건의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준거법은 제66조가 정합니다. 원칙적으로 제64조가 준용되지만, 부부 중 한쪽이 대한민국에 일상거소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이혼은 대한민국 법에 따릅니다(제66조 단서). 2020므14763 사안에서 대한민국 민법이 적용된 것이 이 단서 때문입니다.

여기에 자녀 문제, 재산 문제, 그리고 체류자격 문제가 얹히면 사건은 한 갈래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어느 절차를 어떤 순서로 두는지, 그리고 각 절차에서 무엇이 정리되어야 하는지는 사건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반화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도가 대신해 주지 않는 것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면 제도가 촘촘해 보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임시조치와 보호명령에는 기간 제한이 있고, 발령되기 위해서는 행위가 특정되어야 하며, 이혼 사건은 이와 별개로 다시 심리됩니다. 세 절차가 각각 진행되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비용이 들어가며, 그 사이 생활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2018두66869 판결이 보여 주듯, 가정법원에서 정리되지 않고 넘어간 부분은 이후 단계에서 되짚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혼확정판결의 판단은 존중되지만, 그 판결에 담기지 않은 사정을 나중에 새로 세우는 일은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절차들이 형식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는 앞의 절차가 뒤의 절차를 사실상 좌우한다는 사실이 함께 있습니다.

한편 이런 구조가 언제나 피해자에게 불리하게만 작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2018두66869 판결이 증명책임을 행정청에 두고 가정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도록 한 것, 2020므14763 판결이 ‘유발 책임’ 논리를 배척한 것은 제도가 스스로 균형을 잡아 온 흔적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균형이 개별 사건에서 자동으로 실현되지는 않습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경찰 신고나 보호명령이 있었는지, 이혼 절차가 시작되었는지, 체류기간이 언제까지인지 —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지금 무엇이 급한지가 보입니다.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112 신고가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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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홈페이지에 고정된 수임료표를 두지 않습니다. 같은 ‘가정폭력 이혼 사건’이라도 형사·보호 절차가 함께 진행 중인지, 자녀와 재산 문제가 걸려 있는지, 체류자격 심사가 임박했는지에 따라 필요한 작업의 양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내용을 확인한 뒤 조건을 말씀드립니다.

이혼 후 체류자격이 실제로 어떻게 정리되는지는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하면 F-6 비자는 어떻게 되나 글에서, 부정행위 증거 없이 파탄을 다투는 구조는 부정행위 증거 없이 이혼이 가능할까 글에서 이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에서 관할과 준거법이 정해지는 방식은 국제이혼 안내 페이지를, 결혼이민 비자의 기본 구조는 결혼이민비자(F-6) 신청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재판상 이혼과 가정폭력 관련 절차, 외국인 배우자의 체류자격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의견이 아닙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작성일 기준이며 이후 개정·변경될 수 있고, 가사사건과 체류자격 심사의 결과는 개별 사정과 법원·행정청의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우자의 폭력이 있으면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되나요?

민법 제840조 제3호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재판상 이혼원인으로 정합니다.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은 이를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참조). 즉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에 관한 평가를 거칩니다. 같은 사실관계가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도 평가될 수 있으며, 어느 호를 근거로 삼는지에 따라 심리의 초점과 시간 제한이 달라집니다.

Q. 폭력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혼 청구가 배척될 수 있나요?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은 남편의 반복된 폭력을 이유로 한 외국인 아내의 이혼 청구에 대하여, 아내에게 남편의 폭력 행사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제6호에 관하여,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이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므로 모든 사건에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Q. 폭력이 있었던 지 오래되었는데 지금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나요?

민법은 제840조 제1호(부정행위)에 대해 이를 안 날부터 6월, 사유 있은 날부터 2년의 제한을 두고(제841조), 제6호(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제한을 둡니다(제842조). 반면 제3호에는 이러한 소멸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제3호로 구성되는지 제6호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시간이 갖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어떤 구성이 가능한 사안인지는 경위와 자료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접근금지 같은 조치는 이혼 소송과 같은 절차인가요?

다른 절차입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사법경찰관리의 응급조치(제5조), 사법경찰관의 긴급임시조치(제8조의2), 판사의 임시조치(제29조), 그리고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청구하는 피해자보호명령(제55조의2)을 각각 정하고 있습니다. 임시조치 중 격리·접근금지·전기통신 접근금지는 2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두 차례만 연장할 수 있으며(제29조 제5항), 피해자보호명령은 1년을 초과할 수 없고 연장하더라도 종전 기간을 합산하여 3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제55조의3). 이 조치들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제63조). 이혼·위자료·재산분할은 이와 별도로 가정법원에서 다루어집니다.

Q. 이혼하면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2조 별표 1의2 제27호 다목은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그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에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을 결혼이민(F-6) 체류자격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두66869 판결은 여기서 말하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를 자신에게 주된 책임이 없는 사유, 즉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고,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그 처분사유에 관한 증명책임은 행정청에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하여 출입국관리행정청과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정법원이 이혼확정판결에서 내린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김평호 변호사
김평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 사법연수원 43기 · 2021 우수변호사상 · 2014년부터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