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대법원 결정의 사안을 바탕으로, 등장인물과 세부 사정을 각색해 재구성한 사례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사십구재가 끝난 날, 삼남매가 남긴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정확히는 둘째와 막내, 그리고 몇 해 전 먼저 세상을 떠난 큰아들의 두 자녀였습니다. 큰아들의 두 자녀가 아버지의 상속분을 대습해 받는다는 사실까지는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너희는 할아버지가 들어 준 보험금을 이미 받았잖니. 그것도 미리 받은 상속이니까, 이번 분할에서는 빼고 계산해야지.”
할아버지는 생전에 큰아들 앞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 왔고, 보험금을 받을 사람으로 손주들을 지정해 두었습니다. 큰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손주들은 그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둘째와 막내의 눈에는 그 돈이 “할아버지 재산에서 먼저 나간 몫”으로 보였고, 손주들의 눈에는 “아버지를 잃은 우리에게 할아버지가 남겨 준 위로”였습니다. 협의는 그 자리에서 깨졌고, 사건은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 심판으로 갔습니다.
협의가 깨지는 지점 — “미리 받은 몫”을 둘러싼 다툼
상속재산분할 협의는 공동상속인 전원이 합의해야 효력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협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이때 각 상속인은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3조 제2항, 현행 시행 2026. 3. 17.).
심판에서 법원은 단순히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지 않습니다. 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나 유증을 받은 사람(특별수익, 민법 제1008조)이 있는지,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기여분, 민법 제1008조의2)이 있는지를 반영해 구체적 상속분을 정합니다. 위 가족의 다툼이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습니다. 보험금이 특별수익이라면 손주들의 몫은 그만큼 줄어들고, 아니라면 법정상속분 그대로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답 — 대습상속인이 먼저 받은 보험금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적어도 위 보험금을 대습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6. 13.자 2024스525, 526 결정). 요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대습상속인이 대습원인(이 사안에서는 아버지의 사망)이 발생하기 이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이익은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 시점에는 아직 상속인이 될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상속분을 미리 준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둘째, 피상속인이 보험계약자로서 보험료를 납부하고 손주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생명보험금의 경우, 증여가 있었던 시점은 보험금을 받은 때가 아니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지정 시점이 대습원인 발생 전이었으므로, 위 보험금은 특별수익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둘째와 막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돈이라도 “언제, 어떤 지위에서, 어떤 형태로” 받았는지에 따라 특별수익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 위 결정이 보여 주는 핵심입니다.
이 결정이 의미하는 것 — 분할 심판은 계산이 아니라 판단의 싸움입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에서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부동산 시세나 예금 잔액이 아닙니다. 어떤 생전 이전(移轉)이 특별수익으로 인정되는지, 누구의 기여가 기여분으로 평가받는지, 그리고 무엇이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입니다. 위 결정처럼 보험금 하나를 두고도 증여 시점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가 되고, 같은 유형의 재산이라도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장하는 쪽이든 방어하는 쪽이든 사정은 같습니다. 다른 상속인의 특별수익을 주장하려는 쪽은 어떤 자료로 어떤 이전을 입증할지를, 특별수익 주장을 받는 쪽은 그 이전이 자신의 상속분과 무관하다는 점을 어떻게 보여 줄지를 사안에 맞게 구성해야 합니다. 어느 요소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갖는지는 사실관계별로 형량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 구분 | 협의분할 | 상속재산분할 심판 |
|---|---|---|
| 성립 요건 | 공동상속인 전원의 합의 | 협의 불성립 시 가정법원 청구 |
| 분배 기준 | 상속인들이 자유롭게 정함 | 특별수익·기여분을 반영한 구체적 상속분 |
| 결과의 예측 가능성 | 합의 내용 그대로 | 법적 평가에 따라 법정상속분과 달라질 수 있음 |
시간도 변수입니다. 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상속재산인 부동산의 관리, 임대수익의 귀속, 세금 부담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계속 쌓입니다. 감정이 격해진 뒤에야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면 입증 가능한 선택지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통상 대응이 늦어질수록 전략의 폭은 좁아집니다.
- 상속재산분할 협의는 공동상속인 전원이 합의해야 하며,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하게 됩니다(민법 제1013조 제2항).
- 심판에서는 법정상속분이 아니라 특별수익(민법 제1008조)·기여분(민법 제1008조의2)을 반영한 구체적 상속분이 기준입니다.
- 대법원은 대습상속인이 대습원인 발생 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생명보험금은 특별수익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같은 돈도 받은 시점과 지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 특별수익·기여분의 인정 여부는 사실관계별 법적 평가의 문제로, 분할 심판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상속인 일부만 모여 분할 협의를 하면 효력이 있나요?
없습니다. 상속재산분할 협의는 공동상속인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일부만 참여한 협의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상속인, 해외 거주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이런 사정 자체가 심판 청구를 검토할 이유가 됩니다.
다른 상속인이 생전에 받아 간 돈은 모두 상속분에서 공제되나요?
아닙니다. 생전에 받은 이익이 모두 특별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받은 시점·지위·형태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위에서 소개한 결정처럼 대습상속인이 대습원인 발생 전에 받은 생명보험금은 특별수익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특별수익으로 인정되는 유형도 다양하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에서 변호사의 경험이 왜 중요한가요?
분할 심판은 가족 간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특별수익·기여분·분할 대상이라는 세 가지 법적 평가가 동시에 다투어지는 절차입니다. 어떤 주장을 세우고 어떤 자료로 뒷받침할지의 구성이 결과에 직결되며, 초기 대응이 잘못되면 이후 가장 유리한 주장조차 살리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협의가 깨졌거나 깨질 것 같다면
상속재산분할 사건은 청구하는 쪽과 방어하는 쪽의 사정이 전혀 다르고, 저희 사무소는 양쪽 사건을 모두 수행해 왔습니다. 같은 쟁점을 양측에서 다루어 본 경험은 다툼이 시작되기 전 사건을 구성하는 단계에서 차이를 만듭니다.
가족 중 누군가 “미리 받은 게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면, 그 평가가 맞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받은 시점·지위·형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만큼, 본인 상황에서 무엇이 쟁점이 되는지 카카오톡으로 기본 상황을 먼저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상속 분쟁 전반에 대한 안내는 상속 분쟁 변호사 안내 페이지에서, 상속에서 배제된 상속인의 권리는 유류분 반환 청구 안내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여해법률사무소 김평호 변호사 (Pyoung-ho Kim)
한국 변호사,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3기 수료. 2021년 우수변호사상 수상.
2014년 이래 민사·형사·가사 등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의 사건 담당.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