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대법원 결정의 사안을 바탕으로, 등장인물과 세부 사정을 각색해 재구성한 사례 이야기입니다. 저희 사무소가 수행한 사건이 아닙니다.

아이는 벌써 첫 돌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아직 이 세상에 없는 아이였습니다.

민준 씨는 한국인입니다. 아이 엄마는 외국 국적이었고,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함께 살다가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산 무렵 아이 엄마의 여권은 이미 기한이 지나 있었고, 체류 자격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본국 공관에서 서류를 새로 받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민준 씨가 주민센터에 출생신고서를 내밀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짧았습니다. “어머니 서류가 없으면 받아 드릴 수 없습니다.” 가정법원에 확인을 구했지만 거기서도 길이 막혔습니다. “어머니 이름도, 국적도 알고 계시잖아요. 어머니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닙니다.”

예방접종을 할 때도, 병원 진료를 받을 때도, 어린이집을 알아볼 때도 같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아빠가 한국인인데 왜 아이는 등록조차 될 수 없을까요. 미혼부 출생신고, 그중에서도 외국인 엄마의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 대해 대법원이 내놓은 답을 정리합니다.

핵심 요약

생부가 혼인 외 자녀에 대해 친생자출생신고를 하면 그 신고에는 인지의 효력이 있습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대법원은 외국인 엄마의 인적사항을 알더라도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서류를 갖출 수 없거나, 엄마가 소재불명이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도 가정법원 확인을 거친 출생신고의 길이 열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고 밝혔습니다. 이 해석은 2021년 개정으로 제57조 제1항 단서에 반영되었습니다.

다만 길이 열렸다는 것이 자동으로 통과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친자관계의 소명, 엄마의 혼인관계, 인지 시점에 따라 출생신고와 국적 문제는 전혀 다른 경로로 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답 — 아이에게는 ‘출생등록될 권리’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에서 하급심과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출발점은 국적법 제2조 제1항입니다. 출생 당시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자녀는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취득합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며, 이는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권리라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 주지 않거나,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오래 걸려 사실상 받아 주지 않는 것과 같은 결과가 생긴다면 아동의 존엄과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쟁점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문언이었습니다. 당시 조문은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생부가 가정법원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하급심은 엄마의 이름과 국적을 아는 이상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문언이 예시적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외국인 엄마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엄마의 소재불명이나 정당한 사유 없는 비협조로 서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처럼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을 때에도 적용된다고 본 것입니다.

이 해석은 이후 2021년 법 개정으로 조문에 직접 들어갔습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단서는 모가 특정되더라도 소재불명이나 정당한 사유 없는 서류 제출 비협조 등의 장애가 있으면 생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은 모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를 따로 규정합니다. 가정법원은 이 확인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이 결정이 의미하는 것 — 열린 길과 남는 쟁점

위 결정은 “아빠가 한국인인데 아이가 등록되지 못하는” 상황에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는 이 결정 하나로 모든 것이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확인 절차는 법원이 친자관계와 장애 사유를 따져 보는 재판 절차이고, 그 전후로 여러 제도가 맞물립니다.

쟁점 관련 조문 왜 따로 살펴야 하나
생부의 친생자출생신고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신고에 인지의 효력이 있어, 법률상 부자관계가 함께 생깁니다.
엄마가 다른 사람과 혼인 중이었던 경우 민법 제844조(친생추정) 아이가 엄마의 남편 자녀로 추정되면 생부의 신고·인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출생에 의한 국적 국적법 제2조 제1항 출생 당시 부 또는 모가 한국 국민이면 출생과 동시에 국적을 취득합니다.
인지에 의한 국적 국적법 제3조 외국인으로서 한국인 부에게 인지된 미성년 자녀는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한 때 국적을 취득합니다.
어느 나라 법으로 판단하나 국제사법 제68조 혼인 외 친자관계의 성립과 인지는 엄마의 본국법·아빠의 본국법·자녀의 일상거소지법 등이 문제됩니다.

특히 국적은 오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같은 한국인 아버지의 자녀라도, 법률상 부자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언제 성립했는지에 따라 국적법 제2조의 문제로 다뤄지기도 하고 제3조의 국적취득 신고 문제로 다뤄지기도 합니다.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 대상이 아니다”라는 안내를 받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느 경로에 해당하는지는 엄마의 혼인관계, 아이가 태어난 곳과 시점, 이미 외국에서 이루어진 등록 여부 등을 함께 보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처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반려와 재신청을 거듭하는 사이 아이의 등록 공백이 길어집니다. 아이에게는 그 몇 달이 예방접종·의료·보육과 직결되는 시간입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 아빠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외국인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한국인 아빠가 아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연락을 피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자녀(미성년이면 법정대리인인 엄마)가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63조). 아버지가 사망했다면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검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제864조). 인지는 자녀가 태어난 때로 소급해 효력이 생기므로(제860조), 부자관계가 확정되면 양육 책임과 상속 등 법률관계가 함께 따라옵니다. 인지와 친생추정의 차이는 생부와 친부는 다르다 — 혼인 외 출생자 인지와 친생추정의 차이에서 따로 설명했습니다.

다만 인지가 끝났다고 국적과 체류 문제가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국적, 엄마의 체류자격, 양육비는 각각 다른 절차에서 다뤄지며, 한 절차의 결과가 다른 절차의 준비에 영향을 줍니다. 전체 구조는 한국인 아버지 혼외자 국적 취득과 외국인 어머니 비자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외국인 엄마의 여권이나 서류가 없으면 미혼부 출생신고는 불가능한가요?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본 대법원 결정은 외국인 엄마의 인적사항을 알더라도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서류를 갖출 수 없거나, 엄마의 소재불명·비협조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 확인을 거쳐 생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보았고, 이 해석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단서에 반영되었습니다. 다만 법원이 친자관계와 장애 사유를 심리하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2.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면 아이는 바로 한국 국적이 되나요?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출생 당시 부 또는 모가 한국 국민이면 출생과 동시에 국적을 취득하지만(국적법 제2조), 외국인으로서 한국인 부에게 인지된 미성년 자녀는 법무부장관에게 국적취득 신고를 한 때 국적을 취득합니다(국적법 제3조). 부자관계가 어떤 방식과 시점에 성립했는지, 엄마의 혼인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적용되는 경로가 달라집니다.

Q3. 한국인 아빠가 아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엄마는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자녀 또는 법정대리인인 엄마가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63조). 인지는 출생 시로 소급해 효력이 생기므로(민법 제860조) 부자관계가 확정되면 양육 책임 등 법률관계가 따라옵니다. 다만 아이의 국적과 엄마의 체류 문제는 별도 절차로 다뤄지므로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은 가족관계등록, 국적, 국제사법, 출입국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어 한국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유형은 아닙니다. 여해법률사무소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 자녀의 인지·국적 문제를 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 모두에서 다뤄 왔고, 그 경험이 첫 단추를 어디에 끼울지 정하는 단계에서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등록이나 국적 문제로 막혀 있으신가요?

같은 “미혼부 출생신고”라도 엄마의 국적과 혼인관계, 이미 받은 반려 사유에 따라 풀어야 할 순서가 다릅니다. 주민센터나 법원에서 받은 안내문, 가지고 계신 서류를 보여 주시면 지금 어느 단계에서 막혀 있는지부터 함께 확인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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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국적법·민법·국제사법과 대법원 결정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외국 법령과 본국 공관의 서류 발급 기준은 국가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여해법률사무소 — 외국인 가족관계·국제가사 사건.

김평호 변호사
김평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 사법연수원 43기 · 2021 우수변호사상 · 2014년부터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