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캐나다 법원에서 이혼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문에는 “한국에 있는 아파트는 배우자 A에게 귀속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판결은 이미 확정되었고 상대방도 한국 부동산을 넘겨줄 생각이 없다고 버팁니다. 이때 가장 먼저 드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외국 이혼판결문만 들고 한국 등기소에 가면 명의를 바꿀 수 있습니까?”

짧게 답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 판결을 근거로 한국 부동산의 명의를 바꾸는 일은 ‘강제집행’에 해당해, 한국 법원의 판단을 한 번 더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핵심 요약

외국 이혼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그 판결만으로 한국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바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한국 법원의 집행판결로 허가받아야 할 수 있고(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 등기절차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 의한 등기도 이 틀 안에서 움직입니다(민사집행법 제263조,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

대법원 2023다295978 판결(2026. 4. 30.)은 집행판결의 대상이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진 외국 재판이어야 하고, 외국 재판에서 확인된 권리의 강제실현을 넘어서는 집행판결은 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집행판결 단계에서는 외국 판결의 옳고 그름을 다시 따지지 않지만, 국제재판관할·송달·공서양속·상호보증의 네 가지 승인요건은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합니다(민사소송법 제217조).

한국 부동산 명의 이전은 ‘집행’의 문제입니다

외국 이혼판결이 한국에서 어떤 효력을 갖는지는 판결의 어느 부분을 무엇에 쓰려는지에 따라 따로 따져야 합니다. 이 글은 그중 한국에 있는 재산, 특히 부동산의 명의 이전에 집중합니다.

상대방 명의의 한국 부동산을 내 명의로 옮기려면 상대방이 등기에 협력하거나, 그 협력을 법원의 판결로 대신해야 합니다. 이것은 강제집행의 영역입니다.

하려는 일 성격 외국 판결에 기초하는 경우 근거
한국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등기절차 이행이라는 의사표시의무의 집행 집행판결 필요 민사집행법 제26조·제263조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
한국 예금·채권에서 분할금 회수 금전채권의 강제집행 집행판결 필요 민사집행법 제26조·제27조

출처: 민사집행법(2026. 2. 1. 시행) 제26조·제27조·제263조, 부동산등기법(2025. 1. 31. 시행) 제23조. 표는 제도의 구조를 정리한 것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을 뜻하지 않습니다.

등기는 왜 ‘집행’의 문제가 되는가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1항은 등기를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공동으로 신청하도록 정합니다. 상대방이 협력하지 않을 때 혼자 등기를 신청할 수 있는 길이 같은 조 제4항, 즉 “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 의한 등기”입니다. 그리고 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은 의사의 진술을 명한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로 의사를 진술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상대방이 등기에 동의한 것과 같은 효과를 판결이 대신 만들어 내는 구조이고, 이것이 강제집행의 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은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집행판결로 그 강제집행을 허가하여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한국 판결이라면 확정만으로 바로 쓸 수 있는 효과를, 외국 판결은 한국 법원의 허가를 거쳐야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외국 이혼판결만으로 한국 등기소에서 바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는 어렵고, 일반적으로 집행판결을 함께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대법원 2026년 판결 — 외국 법원의 명령이라고 다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부동산을 두고 외국 법원의 재판을 집행하려 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올해 기준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3다295978 판결의 사안은 이렇습니다.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에 살던 한국인이 유언 없이 사망했고, 한국 법원은 이미 다른 사람을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확정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미국 법원의 검인명령으로 상속재산관리인에 임명되자, 한국 법원에 “한국에 있는 상속 부동산에 관해 위 검인명령에 기한 매각 강제집행을 허가하라”는 집행판결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소가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은 재판권을 가지는 외국 사법기관이 대립적 당사자에게 의견진술 기회가 보장되는 절차에서 종국적으로 한 재판으로서,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집행판결은 외국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않고 승인·집행 요건만 심사해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외국 재판에서 확인된 권리의 강제실현을 넘어서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는 외국 재판의 주문뿐 아니라 이유와 승인할 경우 발생할 결과까지 종합해 판단한다. 위 사안의 검인명령은 국내 법원의 확정심판과 저촉되어 그 승인이 사회질서에 어긋난다.

사안은 상속이었지만, 대법원이 확인한 기준은 외국 이혼판결로 한국 부동산을 넘겨받으려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68910 판결에서도 같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재판의 명칭이나 형식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국 판결에 무엇이, 어떤 형태로 쓰여 있는지입니다. 같은 “부동산은 A에게”라는 결론이라도 판결문이 그 권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국에서 구하는 집행의 내용이 그 범위 안에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집행판결에서 한국 법원이 보는 것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은 집행판결을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하고” 하도록 정합니다. 외국 법원이 재산을 어떻게 나누었는지가 한국 기준과 다르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다시 다투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양쪽에 모두 적용됩니다. 상대방도 분할 비율을 다시 다툴 수 없지만, 신청하는 쪽도 외국 판결보다 더 많이 받아낼 수는 없습니다.

대신 같은 조 제2항은 두 가지 경우 집행판결 청구를 각하하도록 정합니다. 외국 재판이 확정된 것을 증명하지 못한 때,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요건을 갖추지 못한 때입니다. 법원은 승인요건을 직권으로 조사합니다(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요건 부동산 사건에서 문제될 수 있는 지점
제1호 한국 법령·조약에 따른 국제재판관할 원칙상 그 외국법원에 관할이 인정될 것 국제사법 제10조 제1항은 한국 공적 장부의 등기에 관한 소(제1호)와 한국에 있는 부동산의 물권에 관한 소(제3호)를 한국 법원의 전속관할로 정하고 있어, 외국 판결의 내용과 성질에 따라 이 조항과의 관계가 검토될 수 있음
제2호 패소한 피고가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적법하게 송달받았거나 소송에 응하였을 것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로 진행된 외국 판결은 이 요건에서 제외됨
제3호 승인이 한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을 것 주문·이유·승인의 결과까지 종합 판단(위 2023다295978). 한국 법원의 기존 재판과 저촉되는지도 문제됨
제4호 상호보증이 있거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잃지 않을 것 외국 법원이 속한 국가(미국은 주 단위)의 승인 기준과 비교

출처: 민사소송법(2026. 10. 2. 시행본) 제217조, 민사집행법 제27조, 국제사법(법률 제18670호, 2022. 7. 5. 시행) 제10조. 제1호와 국제사법 제10조의 관계는 사안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판단될 문제로, 이 표가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호보증에 관해서는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므66, 73 판결이 미국 오리건주 이혼 및 친권·양육권 판결에 대해 상호보증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는 그 주(州)와 그 사건에 대한 판단이고, 다른 나라나 다른 주의 판결도 당연히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외국 판결이 승인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많은 분이 “그럼 한국 법원에 재산분할을 새로 청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순서가 반대입니다. 국제사법 제11조 제3항은 승인요건을 갖춘 외국 재판이 있으면 같은 당사자 사이에 같은 내용으로 한국 법원에 제기된 소를 각하하도록 정합니다. 즉 외국 판결이 승인될 수 있는지가 먼저 정해지고, 그 결과에 따라 갈 수 있는 길이 정해집니다. 두 길을 동시에 골라 쥘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시간도 변수입니다. 한국 민법이 적용되는 재산분할이라면,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외국 판결의 효력을 두고 판단이 길어지는 사이 이 기간이 지나갈 수 있다는 점은, 사건 초기에 반드시 함께 따져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어느 나라 법이 재산분할에 적용되는지 자체도 국제사법에 따라 별도로 정해집니다. 국제이혼의 재산분할 기준은 국제이혼 재산분할 기준에 관한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그 사이 상대방이 부동산을 팔아 버린다면

집행판결을 받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상대방 명의의 부동산이 처분되거나 담보로 잡힐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가 있는 사안에서는 본안과 별도로 가압류나 처분금지가처분 같은 보전처분을 먼저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전처분은 집행판결 소송과는 별개의 사건이고, 신청 시점이 이후 결과를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외국 이혼판결문만으로 한국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 어렵습니다. 등기절차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 의한 단독 등기신청(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은 판결로 의사표시를 대신하는 강제집행의 한 방식(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이고, 외국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한국 법원의 집행판결로 허가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

Q2. 집행판결 재판에서 상대방이 재산분할 비율이 부당하다고 다시 다툴 수 있나요?

집행판결은 외국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않고 합니다(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다만 외국 재판이 확정되었음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요건(국제재판관할, 적법한 송달, 공서양속, 상호보증)을 갖추지 못하면 각하됩니다(같은 조 제2항).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3다295978 판결은 외국 재판이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져야 하고, 그 재판에서 확인된 권리를 넘어서는 집행판결은 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Q3. 외국 판결이 한국에서 승인되지 않으면 한국 법원에 재산분할을 새로 청구하면 되나요?

먼저 외국 판결이 승인요건을 갖추었는지가 문제됩니다. 승인요건을 갖춘 외국 재판이 있으면 같은 당사자 사이의 같은 소는 각하됩니다(국제사법 제11조 제3항). 또 한국 민법이 적용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므로(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외국 판결의 효력을 따지는 동안 기간이 지나지 않도록 사건 초기에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긴 이혼 소송을 끝내고 판결문을 손에 쥐었는데, 한국에 있는 재산 앞에서 다시 멈춰 서게 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판결문에 어떤 문장이 들어 있는지, 송달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판결이 언제 확정되었는지에 따라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서둘러야 할 일이 달라집니다. 여해법률사무소는 국제이혼과 외국 판결의 한국 내 효력 문제를 다루어 왔습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판결문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무엇이 가능한지부터 차분히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외국 이혼판결로 한국 부동산이나 재산을 정리해야 하나요?

판결을 받은 나라(미국이라면 주), 판결이 확정된 시기, 한국에 있는 재산의 종류 정도만 보내 주셔도 됩니다. 판결문 번역본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담당 직원이 내용을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변호사 상담 일정을 안내해 드립니다. 보내 주신 내용은 상담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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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외국 판결의 승인·집행 가능 여부와 한국 부동산 등기 가능 여부는 판결의 내용, 송달 경위, 판결국의 법제에 따라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여해법률사무소 — 국제이혼·외국판결 집행.
작성 기준일 2026. 10. 12. · 민사소송법(2026. 10. 2. 시행)·민사집행법(2026. 2. 1. 시행)·부동산등기법(2025. 1. 31. 시행)·국제사법(법률 제18670호, 2022. 7. 5. 시행)·민법(2026. 3. 17. 시행) 기준.

김평호 변호사
김평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 사법연수원 43기 · 2021 우수변호사상 · 2014년부터 전 분야 누적 500건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