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대법원 판결의 사안을 바탕으로, 등장인물과 세부 사정을 각색해 재구성한 사례 이야기입니다.
이혼 소송이 시작되고 몇 달이 지났을 무렵, 정우 씨는 아이와 연락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배우자는 새 주소를 알려 주지 않았고, 아이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정우 씨는 소송 안에서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아이를 만나게 해 달라”고 면접교섭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 법원의 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아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고, 그래서 면접교섭의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을 정할 수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이행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정우 씨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아이를 숨긴 쪽이 아니라, 아이를 찾지 못하는 제가 면접교섭권을 잃는 게 맞습니까?”
대법원의 답 — 소재 불명은 면접교섭 배제 사유가 아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4므15467 판결은,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하고 면접교섭의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을 정할 수 없어 그 이행이 현재로서는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그러한 이유로 면접교섭권을 배제하면 자녀의 소재를 알지 못하는 비양육친은 법적으로 보장된 면접교섭권을 언제나 박탈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심히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그 자체로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는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21. 12. 16.자 2017스628 결정이 제시한 기준을 다시 확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민법 제837조의2 제1항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과 자녀가 서로 면접교섭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제3항은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 면접교섭을 제한·배제·변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면접교섭을 허용하되,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배제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이 일부 보이더라도 장기적인 긍정적 영향을 깊이 고려해, 면접교섭의 시기·장소·방법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가능한 한 면접교섭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고, 막연한 우려를 내세워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판단할 때에는 자녀의 연령·건강상태·의사, 청구하는 부모와 자녀의 유대관계, 청구의 의도, 현재 양육환경과의 관계, 청구인의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위 판결에는 하나의 쟁점이 더 있었습니다. 재판상 이혼 청구에 친권자·양육자 지정이나 양육비 청구가 병합되어 진행 중이라면, 상대방은 반대청구로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고, 그 반대청구가 항소심에서 제기되었더라도 상대방의 심급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거나 상대방이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허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혼 소송 도중 면접교섭 문제를 뒤늦게 꺼내도 늦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판결이 국제이혼 가정에 의미하는 것
국내 사건에서 아이의 행방을 모르는 일은 드뭅니다. 그러나 국제이혼에서는 한쪽 부모가 아이와 함께 본국이나 제3국으로 떠나 연락이 끊기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위 판결은 국내 사건을 다룬 것이지만, “아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사정만으로 면접교섭권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원칙은 이런 가정에도 출발점이 됩니다. 다만 국제 사건에서는 그 앞뒤로 몇 가지 문제가 더 붙습니다.
한국 법원이 면접교섭을 정할 수 있는가
국제사법 제59조는 미성년 자녀의 친권, 양육권 및 면접교섭권에 관한 사건에 대해 ① 자녀의 일상거소가 대한민국에 있거나 ② 부모 중 한쪽과 자녀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고 정합니다. 아이가 지금 외국에 있더라도 부모 한쪽과 자녀가 한국 국적이라면 관할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관할이 있더라도 외국 법원이 분쟁을 해결하기에 더 적절하다는 예외적인 사정이 명백하면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고(같은 법 제12조),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같은 법 제72조). 외국 법원에 이미 양육 관련 재판이 있는 경우에는 판단이 더 복잡해집니다.
정해진 면접교섭이 지켜지지 않을 때
판결이나 심판, 조정조서로 정해진 면접교섭을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지키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신청에 따라 이행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4조 제1항 제3호). 이행명령을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67조 제1항). 그런데 같은 이행명령이라도 의무의 종류에 따라 뒤따르는 제재가 다릅니다.
| 이행명령의 대상 의무 | 근거 | 과태료(제67조 제1항) | 감치(제68조 제1항) |
|---|---|---|---|
| 금전의 지급 등 재산상 의무 (양육비 등) |
제64조 제1항 제1호 | 1천만원 이하 | 정기금 3기 이상 불이행 시(제1호) 양육비 일시금 30일 이내 불이행 시(제3호) |
| 유아의 인도 의무 | 제64조 제1항 제2호 | 1천만원 이하 | 과태료 제재 후 30일 이내 불이행 시(제2호) |
| 자녀와의 면접교섭 허용 의무 | 제64조 제1항 제3호 | 1천만원 이하 | 제68조 제1항 각 호에 규정 없음 |
출처: 가사소송법(법률 제20432호, 2026. 1. 1. 시행) 제64조·제67조·제68조. 표는 조문의 구조를 정리한 것이며, 개별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표가 아닙니다.
면접교섭은 금전이나 아이의 인도와 달리 부모와 아이가 실제로 만나야 의미가 있는 의무입니다. 그래서 판결을 받는 것과 실제로 아이를 만나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고, 상대방과 아이가 외국에 있다면 그 거리는 더 멀어집니다. 한국 판결이 상대방이 사는 나라에서 어떤 효력을 갖는지는 그 나라의 법과 절차에 따라 따로 판단됩니다.
헤이그 협약과 면접교섭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은 아이의 반환뿐 아니라 면접교섭도 보호 대상으로 삼습니다.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 제5조와 제8조는 협약에 따른 면접교섭권이 침해된 사람도 법무부장관(중앙당국)에게 협약에서 정한 범위의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상대방 국가가 협약 당사국인지, 협약이 그 사안에 적용되는지에 따라 쓸 수 있는 수단이 달라집니다. 아이가 해외로 옮겨졌다면 국제 아동 탈취와 헤이그 협약도 함께 살펴보셔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쪽의 걱정도 법원은 듣습니다
반대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면접교섭을 핑계로 아이를 외국으로 데려가 돌려보내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클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말한 것은 면접교섭을 무조건 그대로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배제 대신 시기·장소·방법을 제한하는 방법을 먼저 찾으라는 것입니다. 걱정이 구체적인 사정에 근거한 것인지, 막연한 우려인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녀를 해외로 데려가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의 문제는 자녀 해외 이주에 관한 글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핵심 요약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면접교섭을 허용하고,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배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대법원 2017스628).
대법원 2024므15467 판결(2026. 7. 16.)은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해 일정과 방법을 정하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는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혼 소송 중 반대청구로 면접교섭을 구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항소심에서도 가능합니다.
자녀가 외국에 있어도 부모 한쪽과 자녀가 한국 국민이면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국제사법 제59조). 다만 관할권 불행사(제12조)와 준거법(제72조)은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면접교섭 불이행에는 이행명령과 1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있으나, 양육비·유아인도와 달리 감치 규정은 없습니다(가사소송법 제64조·제67조·제68조).
자주 묻는 질문
Q1. 상대방이 아이를 데리고 연락을 끊었는데, 면접교섭을 청구해도 소용이 없나요?
소용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4므15467 판결은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해 면접교섭의 일정과 방법을 정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이유로 배제하면 자녀의 소재를 모르는 비양육친은 언제나 면접교섭권을 잃게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입니다.
Q2. 아이가 외국에 살고 있어도 한국 법원에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나요?
국제사법 제59조는 면접교섭권에 관한 사건에서 자녀의 일상거소가 한국에 있거나, 부모 중 한쪽과 자녀가 한국 국민인 경우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외국 법원이 더 적절하다는 예외적인 사정이 명백하면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고(제12조), 이미 외국에서 양육에 관한 재판이 있는지, 한국 판결이 그 나라에서 어떻게 취급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3. 법원이 정한 면접교섭을 상대방이 계속 지키지 않으면 감치까지 가능한가요?
가사소송법상 면접교섭 허용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이행명령(제64조 제1항 제3호)을 받을 수 있고, 이행명령을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제67조 제1항). 그러나 제68조 제1항의 감치는 양육비 등 금전의 정기적 지급, 유아의 인도, 양육비 일시금 지급 의무 불이행을 대상으로 하며, 면접교섭 허용 의무는 그 각 호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모와 아이 사이의 거리는 법보다 먼저 벌어집니다. 법원은 그 거리를 이유로 면접교섭을 배제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아이를 다시 만나는 길은 사건마다 다르고, 상대방과 아이가 외국에 있다면 고려할 것이 더 많아집니다. 여해법률사무소는 국제이혼과 그에 따른 자녀 양육 분쟁을 다루어 왔습니다. 지금 손에 있는 판결이나 진행 중인 소송 상황을 기준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차분히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아이와 연락이 끊겼거나, 정해진 면접교섭이 지켜지지 않고 있나요?
아이와 상대방이 지금 어느 나라에 있는지(모른다면 마지막으로 알던 곳),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지 이미 끝났는지 정도만 보내 주셔도 됩니다. 판결문이나 서류를 미리 정리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담당 직원이 내용을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변호사 상담 일정을 안내해 드립니다. 보내 주신 내용은 상담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관련 글: 국제이혼 친권·양육자 지정 · 국제이혼 안내 · 친권자 변경 심판 청구 · 양육비 미지급 이행명령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면접교섭의 허용 여부와 방법은 자녀의 복리를 중심으로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되며, 외국에서의 효력과 집행은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해법률사무소 — 국제이혼·가사 사건.
작성 기준일 2026. 10. 11. · 민법(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시행)·가사소송법(법률 제20432호, 2026. 1. 1. 시행)·국제사법(법률 제18670호, 2022. 7. 5. 시행) 기준.
